교외선, 21년 만에 재개통된 추억의 열차
2025년 1월 11일, 서울 외곽을 달리던 ‘교외선’이 21년 만에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2004년 4월 여객 운행이 중단된 이후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요청 끝에 재개된 것이다. 교외선은 경기 고양시 대곡역에서 출발해 의정부역까지 운행하는 총 30.5km의 단선 철도 노선으로, 하루 왕복 8회 운행된다.
특히 이번 교외선의 재개통은 단순한 철도 운행 재개를 넘어, 과거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열풍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교외선에서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레트로 감성을 담아 노란색과 갈색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기차 여행의 낭만을 간직한 디젤 기관차 특유의 소리와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출퇴근 수단뿐만 아니라 관광 및 문화 탐방의 기회로도 주목받는 교외선은 주요 정차역과 인근 명소를 통해 색다른 기차 여행의 매력을 선사한다.
추억을 따라 달리는 교외선, 주요 정차역 탐방
1. 방탄소년단(BTS) ‘봄날’의 무대, 일영역
교외선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는 일영역이다. 이곳은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봄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BTS 팬들은 물론,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방문객들이 꾸준히 찾는 곳이다.
이번 교외선 재개통과 함께 일영역은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역사 내부는 과거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박물관 형태로 운영되며, 기차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간식인 사이다와 삶은 계란 등을 판매하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또한, 단선 철로 구간에서 유일하게 상·하행 열차가 교차하는 역이기 때문에, 두 대의 기차가 만나는 이색적인 장면도 경험할 수 있다.
2.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장흥역
장흥역은 ‘문화예술 체험 특구’로 불릴 만큼 다양한 미술관과 문화 공간이 밀집해 있다. 대표적으로 가나아트파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등이 있으며, 기차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면 쉽게 방문할 수 있다.
- 가나아트파크: 야외 조각 공원과 미술관, 공연장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
- 장욱진미술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의 작품 전시
- 민복진미술관: 한국 현대 조각의 거장 민복진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공간
이 외에도 천문 관측이 가능한 송암스페이스센터가 인근에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3. 감성 가득한 의정부역 도서관 투어
의정부역에 도착하면 독특한 콘셉트의 도서관들을 방문할 수 있다.
- 의정부음악도서관: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재즈, 블루스, 힙합 등을 특화한 도서관으로, 음악 관련 도서와 음반, 악보를 감상할 수 있다.
- 의정부미술도서관: 국내 최초의 미술 전문 도서관으로, 마치 미술관을 탐방하는 듯한 공간 구성과 다양한 예술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 투어는 기존의 일반적인 도서관 방문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감성적인 여행을 원하는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4. 미식가들의 성지, 송추역
송추역은 교외선 재개통과 함께 ‘맛집 투어’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맛집으로는 송추 가마골 본점이 있으며, 이외에도 오래된 한식 맛집과 감성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기차 여행 후 든든한 한 끼 식사와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교외선, 단순한 열차가 아닌 새로운 문화로
교외선의 재개통은 단순한 대중교통 수단의 부활이 아니다. 오랜 시간 운행이 중단되었던 교외선은 이제 새로운 트렌드인 ‘느린 여행’과 ‘레트로 감성’을 결합하여 관광,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노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설경과 논밭, 그리고 도착지에서 만나는 예술과 미식까지—교외선은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 국토교통부는 현재 하루 왕복 8회인 교외선 운행 횟수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교외선을 타고 경기 북부 지역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기차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추억과 낭만이 가득한 교외선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